우리는 왜 색을 보는가?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그 고민을 내가 없애 줄 것이다.
색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하지만 약 3,000년 전까지만 해도 원시시대 포유류 조상들은 색을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원시인류는 야행성이었으므로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들만 보고 살아도 충분했다. 하지만 인류의 시각이 진화해서 가시광선의 스펙트럼 전체를 포괄하게 되자 색은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는 언어가 됐다. 그리고 눈을 뜰 때마다 수만 가지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했다. 그 능력 덕분에 인류는 식량을 찾고, 이성을 유인하고, 온갖 형태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암호 같은 색채의 메시지를 직관적이고 잠재의식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인류에게 생존의 열쇠와도 같다.
색채의 메시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으면 다른 생명체를 보라. 일찍이 찰스 다윈은 자연계에서 색채의 주된 쓰임새를 다음 3가지로 설명했다.
1. 유혹: 하나의 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개체들이 짝짓기를 해야 한다. 색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짝을 유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컷 새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밝은 색 깃털을 내보이며 노래하고 춤춘다.
2. 위장: 애벌레는 키 큰 풀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고 초록색으로 은폐 엄폐하여 변신까지 한다. 피그미 해마는 산호 안에 살면서 그 산호와 똑같은 빨간색으로 변신한다. 이처럼 동물들은 색을 활용해 자신을 보호하고 포식자의 눈을 피한다. 또 동물들은 눈에 띄지 않고 먹잇감에게 다가가기 위해 색을 활용한다. 동물들은 주변 환경에 맞게 자기를 위장하기에 유리한 색으로 진화한다. 예컨대 북극여우는 겨울철에 눈밭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몸 빛깔을 흰색으로 바꾼다.
3. 경고: 몸을 숨기는 방법을 선택하는 동물도 있지만, 어떤 동물들은 색을 통해 강력하게 경고한다. "내게 가까이 오면 네가 위험해!" 자연계에서 노랑, 주황, 빨강은 위험을 상징한다. 색이 진할수록 위험 신호는 뚜렷해진다. 주황은 노랑보다 강한 독성을, 빨강은 주황보다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 이 3가지 색에 검정이 결합되면 더 큰 위험을 가리키는 신호가 만들어진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붉은 등과 부거 미는 몸 빛깔이 빨강과 검정인데, 이 거미에게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알다시피 노랑과 검정 빛깔의 날아다니는 곤충은 우리를 쏠 수도 있다. 흉내 내는 동물들도 있다. 이 동물들은 색을 이용해 독성을 가진 척하거나 다른 사물로 위장해서 자기를 보호한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곤충인 꽃등에는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독을 가진 말벌과 비슷한 빛깔로 위장한다.
어릴 적부터 나는 노란색 거미를 정말 끔찍하게 싫어했다. 곤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노란색 거미가 나에겐 치명적인 거미라고 위험을 가리켰었다. 나도 모르게 짐작이 된 것일까?
원시인류와 비교할 때 오늘날 인간의 색채 이해는 상당 부분 잠재의식 차원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색채에 대단히 직관적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지금의 반응이 옛날의 반응보다 강할 수도 있다. 오래전 인류가 자연 속에서 살면서 자연계의 색체에 반응했던 것처럼 오늘날 인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색채에 반응한다. 여전히 색채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하며 색깔을 이용해 이성을 유혹하거나, 몸을 숨기거나, 우리 자신을 보호한다.
색은 보기만 하는 게 아니다
빛이 간상체 또는 추상체를 거쳐 우리 눈에 들어오면 화학 전달물질이 방출된다. 이 전달물질이 생성하는 전자적 메시지들은 뇌로 전해지고 최후에는 시상하부에 도달한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우리 뇌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콩알만 한 조직)와 함께 우리 몸에서 다음과 같은 일을 관장한다.
- 신진대사
- 식욕
- 체온
- 수분 조절
- 수면
- 자율신경계
- 성기능과 재생산
색채는 단지 시각적 자극만이 아니다. 색채는 우리 몸 안에서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심리학 용어를 빌리자면 색채는 감정적 경험을 전달한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뤄진 이미지들을 화면에 띄우고, 1~2분이 지나면 컬러 이미지로 바꾼다. 화면에 투사되는 이미지의 형상은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들판이 초록색이고 바나나는 노란색, 새는 파란색이다, 흑백 이미지들이 투사될 때 청중들은 가만히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화면을 본다. 그런데 이미지가 컬러로 바뀌면 청중들은 일제히 허리를 곧게 편다. 숨을 내쉬고 어깨에 힘을 뺀다. 얼굴 표정도 달라진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적 연계가 몸 전체에 전달되는 것이다.
색채이론과 심리학 분야에서 검증된 연구들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색은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특정한 효과를 발휘한다. 다시 말하면 빛의 서로 다른 파장들이 서로 다른 감정을 유발한다. 3장에서 우리는 색채가 우리를 흥분시키거나 우울하게 하고, 우리를 진정시키거나 우리에게 활력을 찾아주고, 화나게 하거나 행복하게 만들고, 따뜻한 느낌이나 시원한 느낌을 주고, 배고픈 느낌이나 피곤한 느낌을 유발하는 것을 살펴볼 것이다. 모든 색에는 힘이 있다. 모든 색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색에는 마법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언제나 컬러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입은 옷과 얼굴에 바른 화장품부터 내 방을 채운 물건과 인테리어까지, 컬러는 오늘의 나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색이 가진 힘을 탐구한 한 사람이 있다. 색과 감정, 색과 심리, 색과 성격, 나아가 색과 삶의 역학관계를 20년 동안 연구해온 캐런 할러. 그에 따르면 색은 상상 이상의 에너지를 지녔다. 색 하나만 잘 골라도 존재감이 커지고 컬러 조합만 잘해도 팍팍한 마음에 여유가 찾아온다. 색은 늘 곁에 있으면서 우리의 기분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생활을 바꾼다.
모든 색은 비밀스러운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힘들은 색깔의 수만큼이나 다채롭다.
내 삶을 빛나게 할 마법의 컬러, 여기 우아하고 지적은 팔레트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골라보자.
후속 편에서 심리학과 역사에 파 해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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