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삶의 커다란 수수께끼
모든 문화와 문명은 색채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원시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색채에 매혹당하고, 의문을 품고, 감탄하고, 기뻐했다.
그렇다면 색채란 정확히 무엇인가? 우리가 날마다 눈으로 보는 행복한 현상이라는 평범한 설명은 말고, 이 장에서는 무지개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아보고 색을 인식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에 관해 설명한다. 나는 여러분을 과거로 데려가, 인간의 색채 지각이 형성되고 그것이 폭넓은 감각적, 감정적 경험의 일부로서 진화한 과정을 살펴보려 한다. 우리는 자연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인류가 쓰는 색채와 그 사용법이 다른 생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다. 이후에는 색채심리학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할 것이다. 색채심리학이 최초의 싹을 틔운 2,500년 전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점에 이른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자.
우리는 어떻게 색을 볼까?
빛
어떻게 보면 이것은 쉬운 질문이다. 색의 정체는 빛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들은 태양에서 출발해 우리에게 날아온 빛의 파장이다. 파장을 이해하는 쉬운 방법은 바다의 파도를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파도는 짧고, 어떤 파도는 자주 밀려오고, 어떤 파도는 높고, 어떤 파도는 넓게 퍼진다. 모든 색채는 특정한 파장과 주파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들은 사실 서로 다른 속도로 다가오는 빛의 서로 다른 파장들이다. 이 모든 파도를 한꺼번에 보면 하얀빛으로 보인다. 따라서 하얀빛은 무지개의 모든 색이 합쳐진 결과물이고, 무지개에는 서로 다른 파장들이 모두 포함된다. 무지개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최초로 이해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었다. 뉴턴은 햇빛을 유리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색이 여러 부분으로 분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턴은 이렇게 분할된 색채들을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7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무지개를 '색채 스펙트럼'이라고 불렀다. 스펙트럼은 '본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뉴턴이 색채를 7가지로 구분한 근거는 색채와 음계, 태양계와 일주일이 7일인 것이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믿음에서 왔다. 색채 스펙트럼에는 파장이 700 나노미터(1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인 진한 빨강부터 파장이 400 나노미터인 보라까지 다양한 색이 망라된다. 그리고 이 색들은 태양 에너지 가운데 우리 눈에 보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전자기 복사의 다른 형태로는 전파, 감마선, X선, 극초단파 등이 있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인류는 파장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게 됐고,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대에도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빨강의 바깥에는 적외선이 있는데, 우리에게 적외선은 열로 느껴진다. 그리고 보라와 인접한 바깥쪽에는 자외선이 있다. 어떤 새와 꿀벌과 곤충들은 자외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외선을 이용해 꽃 속의 꿀을 찾기도 한다.
빛의 스펙트럼 전체를 놓고 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광선(가시광선)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수백, 수천 가지 색을 볼 수 있다니,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이건 신의 선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내 눈이 살아있고 내 앞을 볼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함을 느낀다.
반사
뉴턴이 빛 실험을 하던 1660년대 후반만 해도 사람들은 색이란 빛과 어둠이 섞인 것이며 프리즘이 빛에 색을 입혀준다고 믿었다. 이 지점에서 색채 퍼즐의 다음 조각으로 넘어가 보자.
뉴턴은 색채가 물체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물체에 반사되는 빛의 성질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바라볼 때 우리 눈에 보이는 색은 그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된 후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에 따라 달라진다. 물체들이 제각기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은 물체가 어떤 파장을 가진 빛만 흡수하고 나머지 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튕겨 나오는, 즉 반사되는 색만 본다.
흰색 물체가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그 물체가 모든 색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검은색 물체는 모든 색을 흡수하기 때문에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는다. 그래서 햇볕이 뜨거운 날에 검은색 옷을 입으면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색채학을 공부하던 시기에 나는 이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우리가 보는 색이 '거절당한' 색이라는 사실,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모든 색이 이 빨간 사과에 부딪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 눈에 이 사과가 빨갛게 보이는 것은 사과가 받아들이지 않은 빨간빛이 우리에게 반사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파장들은 모두 흡수된 것이다.
눈
우리가 색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고, 그 빛이 반사될 수 있는 표면 또는 물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의 눈이다.
우리가 '색채'라고 알고 있는 자극은 빛이 우리의 눈으로 들어올 때 눈에서 보내는 신호를 뇌가 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둠 속에서는 색채를 보지 못한다. 색채는 우리의 눈이 빛을 해석한 결과물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색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색채는 우리의 뇌가 빛의 신호를 받아 해석하려고 노력할 때만 생겨난다.
인간은 1,700만 개의 색을 구별할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감지하는 것은 초록, 빨강, 파랑의 빛이다. 이 3가지 빛을 감지하는 기관을 광수 용기라고 부른다. 사람의 눈에 있는 광수 용기는 크게 2개인데, 막대 모양의 간상체와 원뿔 모양의 추상체로 나뉜다. 간상체는 적은 빛에 민감하며 추상체는 많은 빛과 우리의 색채 지각을 처리한다. 우리 눈의 추상체는 다시 3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그 3가지 추상체가 각기 다른 색채, 즉 파장을 담당한다. L추상체는 파장이 긴 빛(빨강)에 반응하고, S추상체는 파장이 짧은 빛(파랑)에 반응하며, M추상체는 중간 파장의 빛(초록)에 반응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수백만 가지 색은 이 3종류의 추상체가 협력해서 일하고 우리의 뇌가 그 신호를 해석한 결과다.
개들은 색을 인식하지 못한다. 개의 눈에는 추상체가 2가지 종류밖에 없어서 그렇다. 인간은 추상체를 하나 더 가진 덕분에 수백만 가지 색을 더 볼 수 있다.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고 고마운 일이 아닌가?
당연한 것들을 나는 잊고 살아왔다. 글을 쓰면서도 나조차도 '아차' 싶다.
당연하니까 잊고 사는 나처럼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내가 느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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