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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회사의 조직 내부관리

by 미뜨 2022.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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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잘 만든 브랜드 각본 하나가 '고객'의 관심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브랜드 각본의 가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브랜드 각본은 '직원들'의 관심을 바꿔놓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조직이 클수록 어마어마한 함의를 가진 얘기다.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을 때 혼란을 겪는 것은 비단 고객들뿐만이 아니다. 사업부장에서부터 지역 총괄 매니저, 일선에서 최소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직원들 역시 혼란을 겪는다.

 

공허한 내러티브의 저주

회사에는 망령이 있다. 모든 조직이 똑같이 사악한 영혼을 만난다. 이 망령은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제압할 희생자를 찾는다. 나는 이 어두운 그림자를 '공허한 내러티브'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스토리가 없을 때 내부에서 발생하는 빈 공간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공허한 내러티브가 조직 한가운데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갈가리 찢어놓는다. 여러 노력들이 뿔뿔이 흩어져 하나의 미션으로 통합되지 못하도록 말이다.

 

직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는 않는가?

사내 여러 사업부들이 저마다 작은 세계를 이루고 있어 해당 사업부에서 하는 일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은 혼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수요에 맞춰 전략을 짜야한다. 이들은 그런 의사결정이 오직 자신들에게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선택은 작은 파문을 만들어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간다.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종이에 벤 곳이 수천 군데라서 과다 출혈로 죽는 것과 같다. 보다시피 플롯 없는 곳에서는 생산성도 없다.

 

공허한 내러티브의 대가

회사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직무나 업무에 관해 느끼는 몰입의 수준을 측정하면 얼마나 나올까?

내 사업이 아니라서, 내가 사업장의 대표가 아니어서 무책임할 수 있다. 그래서 본인에 맡겨진 업무수행이나 직무에 관해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나 또한 경험을 토대로 그런 적이 많다. 월급도 적은 곳에서 그 적은 월급이라도 주니까 출근을 하고 업무도 초집중해서 일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일 태기가 오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여 퇴사를 결정한 적도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직원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건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는 당연히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자발적인 노력을 훨씬 더 많이 기울인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은 병가를 내거나 이직을 할 가능성도 낮았다.

이러한 문제로 생산성과 효율성의 차이로 기업들이 수억 달러를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왜 나타나는가? 무관심이 그토록 커진 가장 큰 요인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정보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하루에 3000개 이상의 마케팅 메시지 세례를 받는다. 이는 마케팅 메시지만 따진 것이다. 마케팅 용도가 아닌 메시지의 수는 그보다 더 많다. 옛날 시대와 비교해보자. TV 채널 3개와 지역 신문 하나밖에 없던 시절이 200개의 채널과 수백만 개의 뉴스 블로그, 팟캐스트, 인터넷 라디오, 트위터, 인별 그램, 얼굴 책의 세상으로 바뀌었다.

그러는 동안 기업들의 소통 방식은 오히려 퇴보했다. 직장에서 유대관계의 원친이 되었던 개인적 소통은 줄어들고 그 자리에 재택근무와 출장소 근무, 화상 회의 등이 자리를 잡았다. 정수기 근처에 모여 정보를 주고받던 시절은 갔다. 이메일과 직원 포털 사이트까지 생겼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런 채널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런 것이 백색소음이 공허한 내러티브를 낳는 온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강력한 내러티브가 있으면 빛이 어둠을 몰아내는 것처럼 공허한 내러티브를 몰아낼 수 있다. 공통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사내 활동을 조정하는 회사들은 미션을 '선언'만 하는 게 아니라 '추진'할 수 있다.

 

당신이 스토리를 안다고 해서 팀원들까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브랜드 각본이 어떻게 이런 출혈과 피해를 멈출 수 있을까? 내부분의 직장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부터 한 번 살펴보자.

회사에서 누군가 입사하면 신입 사원 교육으로 실시한다. 브랜드 각본이 없는 경우 HR 담당자가 신입 사원을 맞아 사원증을 발급하고, 앉아서 10분간 성폭력 방지 영상을 시청하게 한다. 다음에는 함께 회사 매뉴얼을 훑어본 다음 어느 고위 간부의 사생활에 대해 가벼운 소문을 들려준다. 로비로 이동해서 회사의 미션 선언문을 읽어보고 신입사원을 자리로 안내한다.

1시간 후 HR 담당자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있다. 끝이다.

이런 게 소용이 있을까? 당연하게 교육하고 당연하게 교육받고, 교육의 변화가 없으면 대대로 이어지는 교육들,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

이게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후 3년에서 5년 동안 이 신입 사원은 착실히 일을 하며 상사가 정해둔 실적 관리 기준을 충족시킨다. 보너스를 3회 받고 승진을 1회 하고 2년 연속 부서 내 최우수 사원에게 주는 상을 받으면서 6시 이후에는 일하지 않는다. 그는 비협조적인 사람들과도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고, 싸울 것은 싸우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며, 가끔씩 뜻하지 못한 결과도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헤드헌터가 전화를 걸어와 썩 나쁘지 않은 제안을 하면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버린다.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지만 대단한 일을 이룬 적도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승리도 패배도 있었고 무승부인 경우도 몇 번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팝콘마저 눅눅해지는 영화와 같다. 이 회사가 무관심으로 고생하는 게 과연 이상한 일일까? 중심부에 전체를 하나로 묶어줄 내러티브가 없기 때문에 이 회사에는 현 상태를 넘어서 신입 사원에게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회사가 잘못한 건 없다. 하지만 특별히 특출 나게 무엇을 한 것은 또 아니다. 이러한 교육이나 직원들에게 공허함을 주는 것은 회사를 잠들게 하고, 결국 망하는 결말까지 이르게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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